대부분의 음악교육자들이 최근까지 음악과를 원만하고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는 데에 필수적인 교과라고 믿어왔던 것은 음악 자체의 본질적인 목적을 중히 여기기보다는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어지는 어떤 음악 외적인 결과들을 더 중히 여겼던 철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의 편향적 사고를 수용해 왔던 결과였다. 그리고, 그러한 음악 외적 목표 의식은 오랜 세월 동안 음악과의 지도 내용 선정 및 방법의 채택에 혼란을 일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다행히 최근에 국내외의 음악교육자들은 음악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밝히는 한편, 음악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데에 필요한 과정과 방법을 모색하는 일에 전념하기 시작하였고, 그러한 연구는 큰 진전을 보여 왔다. 음악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밝히는 일은 음악 교과가 본래의 모습을 찾는 데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의 있는 일이다. 그것이 교과로서의 음악의 성격을 규명해 줄 뿐만 아니라, 음악 수업에서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일러 주기 때문이다. 즉, 그것으로부터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시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규명된, 그리고 음악교육자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는 일반 학교 음악교육의 당위와 지향점은 '음악의 심미적 체험과 그러한 체험을 통한 음악적 능력의 향상 및 음악적 심성의 계발'로 집약된다. 다시 말하면, 음악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종류의 악곡과 음악 활동을 심미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그러한 체험을 통하여 음악적 감수성 및 이해력과 음악 행위 기능, 창의적인 음악 표현력, 음악적 통찰력을 향상시키고, 음악적 정서와 음악 애호심,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함양하는 교육 활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음악과 교육은 음악의 체험과 음악적 능력 및 심성의 계발을 그 핵심으로 해야 하며, 교과 지도의 내용은 그것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음악의 심미적 체험과 음악적 능력의 향상, 음악적 심성의 계발 등은 어떤 의의를 지니며 그것을 위해 어떤 지도 내용이 선정되어야 하고, 또 그것이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음악의 심미적 체험'은 음향의 감득과 음악적 사고, 음악적 심상의 구축, 음악미적 및 예술적 통찰의 순간 연속적 과정을 통하여 음악의 총체적 표현성, 즉 음악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의미를 향수하고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조직된 음향과의 관련 속에서 내적 정신적으로 이루어지는 특별한 미적 및 예술적 향유이며, 막연한 느낌에서부터 절정의 희열 경험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수준과 넓은 폭을 지닌다.
이 '음악의 심미적 체험'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음악교육자들에게 주요 관심사가 되어 오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음악 학습에서 실제화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음악교육자들은, 그것이야말로 음악 교과의 본질이며, 교과로서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을 확신하기 시작하였다.
음악의 심미적 체험의 중요성에 대한 이러한 확신은 음악 교과가 음악예술 작품과 음악 예술적인 활동을 주체로 하여 성립되며, 그와 관련된 능력과 심성의 계발도 전적으로 음악예술 작품 및 활동의 심미적 체험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음악 교과에서는 음악 체험 그 자체가 가장 중히 여겨져야 하며, 그 체험은 전적으로 심미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미적 음악 체험은 음악의 심미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요건들, 즉 음향을 음악미적 및 예술적으로 감지하고 이해하고 재현하고 창출하는 음악적 능력을 체험자가 포괄적으로 균형있게 갖추고, 그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악곡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의미를 총체적으로 향수, 표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학습을 통하여 음악적 현상들, 즉 음악의 구성요소와 생성 원리를 감지, 반응, 이해하고, 악곡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의미를 통찰하는 가운데 음악의 총체적 표현성을 향수하고 표현하도록 이끌고 도움으로써 그들의 심미적인 음악 체험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음악 학습의 결과는, 결국 교사가 음악의 총체적 표현성을 향수하고 표현하도록 의도적으로 이끄는가 아닌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음악 수업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일이 음향 재생 행위에 머물고 마는가, 아니면, 악곡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의미를 총체적으로 향수하고 표현하는 의미 있는 음악 예술 행위로까지 이끌어질 수 있는가에 따라 학생들이 얻는 음악 학습의 성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는 있는 것이다.
심미적인 음악의 체험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은 그 조직 및 운영상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가 요구된다. 첫째, 심미적 체험을 발생시킬 만한 요건을 많이 갖춘 악곡을 선정해야 한다. 교재곡은 학습자의 학교급별, 학년별 수준에 알맞은 것이어야 하고, 예술성이 높아야 하며, 지도할 음악적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모든 종류, 모든 시대, 모든 지역의 음악으로부터 주의깊게 선정된 다양한 악곡들을 망라해야 한다.
둘째, 음악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음악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즉 학년 수준과 이전 경험의 폭을 고려하되, 음악에 따라 신체 반응하기, 노래부르기, 악기 연주하기, 감상하기, 즉흥 연주하기, 작곡하기, 편곡하기, 지휘하기, 비평하기 등 모든 종류의 활동을 골고루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학생들의 모든 음악 체험은 음악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표현하고 향수하는 데에 중점을 두도록 이끌어져야 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악곡을 다루게 하는 것은 그것을 단순히 재현하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악곡의 내용과 표현성을 총체적으로 느끼고 인식하는 가운데 표현하고 향수하도록 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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