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의 음악적 성장 특징

고등학교 학생들의 인지 발달 단계는 피아제(Jean Piaget) 가 말하는 형식적 조작기(formal operational stage)의 말기와 청년 초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그들의 신체적 조건과 인지 구조는 거의 성인의 수준에 이르며, 논리적 조작에 의한 사고가 자유로워져서 거의 모든 류의 문제를 논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고, 과학적 추리와 가설의 설정 및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가설적 가능성을 먼저 생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을 가시적인 것에 비추어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고등학생들의 지적 활동이 구체적인 맥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들에 비추어 심리학자들은 이 형식적 조작기의 사고 형태를 가설연역적 사고, 명제적 사고로 규정한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이렇듯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문제를 검토하거나 필요한 전략을 세울 수 있으며, 현재의 상태 또는 구체적인 맥락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가상할 수 있으며, 모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추상적인 것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성인 수준의 전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지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고등학생들은 명제적 사고와 탈맥락 성향의 확대, 상징적 대상과의 접촉 등을 통하여 자신이 만나는 세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기에 와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러한 발달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때때로 연령 및 신체적 성숙과 자신의 성취도 사이의 불균형 또는 자타의 기대 수준에 못미치는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들 때문에 갈등을 겪게 되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고등학생들이 겪게 되는 이러한 상황들은 교사에게 그들 개개인의 정상적인 성숙을 돕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세심하게 배려할 것을 요구한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성장 특징들과 관련하여 고등학교 교사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몇 가지 경우가 있다. 물론 중학교 시기에 겪은 학생이 많지만, 어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 급격한 신체적 발육과 함께 목소리의 음역과 음색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감각이 예민해지는가 하면 또 까닭없이 열등감을 느끼며, 흥분 상태와 의기 소침의 상태 사이를 오가는 잦은 심적 동요를 겪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른들의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또,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원기 왕성하며, 의미 있는 자극을 제공받을 만한 상황이나 일에 매우 열정적으로 몰입하려는 의욕과 그럴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한 가치있고 생산적인 활동이 필요하며, 그들에게 가치로운 것의 제공과 그것에 관한 적절한 안내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개체로서의 자존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른들의 존중과 수용, 인정과 격려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고등학생들은 음악 수업이나 음악 교사에 대해 극단에 치우친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그들은 감성적 및 지적으로 충족감을 느끼고 깊이 감동받을 만한 다양한 요소와 조건이 갖추어진 음악 수업에서는 열정적으로 음악 학습이나 활동에 참여하다가도, 아무런 충족감도감동도 얻을 수 없는 수업에서는 무관심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하고 심지어 도전적으로 반응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교사가 청소년들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학생들이 수업에서 도전적인 태도를 나타내거나 버릇없이 행동하는 등의 부적응 행위를 보이는 경우를 맞게 되더라도, 그러한 반응들을 그들 모습의 전부라고 단정하거나 교사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특정한 실제적 조건들에 대한 일시적 반응 현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특성에 대한 교사의 이해가 강조되는 것이다. Ermest Boyer는 “예술은 인간 경험의 긴요한 한 부분이다. 문명 초기부터인간은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하여 그리고 인간의 유산을 전수하기 위하여 음악과 춤과 연극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 문명의 척도가 된다.”는 말로 문명과 예술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예술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들은 흔히 예술이 인간의 일상적 삶 속의 심미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예술과의 접촉을 통하여 일상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가꾸고, 그러한 삶 속의 아름다움을 지각하고 향유하는 능력과 태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음악의 경우에 그러한 심미 교육적 역할은 음악 예술의 독자적인 표현 특성을 감득하고 이해하며 그에 반응하는 연습을 통하여 인간의 창조적인 표현인 음악 예술의 힘을 향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고 깊게 하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일반 학교의 교육을 마감하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학생들이 그러한 음악적 능력과 안목을, 그리고 풍부한 음악적 정서와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태도를 갖추게 되는가 아닌가는 그들 개개인에게 있어서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등학교 기간의 음악 체험의 질과 양상, 범위는 그들의 음악적인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만약, 교사가 고등학생들의 신체적 및 지적, 감정적 발달특성과 함께 자의식의 성숙, 음악적 경험의 범위와 능력 수준 등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음악 체험을 체계있게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그 체험은 그들의 음악적 성장과 인간적인 성숙에 뿐만 아니라, 이후의 음악적인 삶의 질과 양상에까지도 결정적인 작용을 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더욱이, 음악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는 고등학교에서의 음악활동과 학습이 정규적이고 체계적인 음악 지도를 받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교사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음악적 성장 특징을 고찰하고, 그들에게 긴요한 음악 활동은 무엇이며, 그들의 음악적 능력과 음악적 심성의 발달을 촉진하는 데에 필요한 학습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 청소년기는 흔히 개개인이 뚜렷한 개체로 성장하고, 자아를 발견하고, 강한 탐색 욕구, 왕성한 도전감을 지니는 시기로 특징지어지며, 이러한 특성들은 그들로 하여금 학교의 음악 학습과 학교 내외의 음악 활동을 통해 견실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청소년기의 그러한 일반적인 인간적 특성들이 음악이라는 특수한 예술 형태와 활동에 작용함으로써 그들은 또 다른 모습의 개체로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의 음악 학습을 통해 정상적으로 음악을 체험하는 가운데 갖가지 기능을 습득하고 폭넓게 능력을 축적해 온 학생들은 여러 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음악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한 학생들은 질높은 예술 음악을 즐기고, 여러 조의 악보를 능숙하게 읽을 수 있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목소리로 자신의 느낌을 실어 노래 부를 수 있고, 악기로 악곡을 개성있게 연주할 수 있고, 창작 활동을 즐기고, 타인과 함께 조화로운 음악을 이루어내는 기쁨을 누리며, 음악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학생들은 음악 표현 활동과 감상을 통해 감성적인 만족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음악 학습 과정을 통하여 지적 충족감을 느끼고, 작품 속에 응축된 아름다움과 예술적 의미를 향유하며, 음향과 음악적 논리의 관련성, 음향과 추상성, 음악 작품의 창조의 과정 등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우리의 고등학생들이 모두 이러한 능력과 태도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고등학생들은 각기 매우 다양한 수준의 음악적 능력과 조금씩 다른 음악적 심성을 보유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 고등학교의 음악과 교육과정이 기대하고 있는 능력 수준에 이르고 있는 학생의 수보다는 그에 이르지 못한 학생의 수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의 음악 교사는 항상 자신이 개인차가 심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학생들의 학업 준비 상태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전개하는 수업을 통해 그 학생들로 하여금 음악 작품과의 만남을 통해 깊은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하고, 그들 자신의 내면적 작용의 결과로 의미있고 살아 있는 소리를 내게 하고,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고 새로운 기능을 습득하고,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음악의 개념을 확대하며, 음악의 본질과 가치를 숙고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교사 자신과 학생들에게 다같이 만족스러운 음악 수업이 되도록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음악 교사가 그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등학생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음악적 성장 특징에 특히 유념하여야 한다. 첫째, 고등학생들은 각기 보유하고 있는 음악 행위 기능, 음악 경험의 범주와 흥미 경향, 음악에 대한 태도, 자신감, 몰입하려는 욕구나 태도 등에 있어서 저마다 각양 각색이며, 그 차이 또한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의 각 측면의 평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하여 그에 적합한 학습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 내용과 방법을 조정해야 하며, 아울러 낮은 수준의 학생들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올리는 한편, 높은 수준의 학생들을 격려하고 자극하여 그 수준을 더욱 높여 가도록 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고등학생들에게 부과되는 학습 과제 중에는 중학교 시기까지 축적했던 학습의 결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더 심화하거나 새로이 학습해야 할 내용들이 많이 있으며, 지적 및 논리적 사고가 더욱 요구되는 학습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음악의 구성 요소 및 생성 원리에 관한 개념의 확대가 요구되며, 이전보다 더 세밀하고 진전된 음악 행위 기능의 습득 및 향상, 표현 및 감상 원리의 적용, 음악의 본질 및 기능, 가치 등에 관한 탐색과 숙고 등이 요구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등학생들은 이제 악곡 속에서 일어나는 조성의 구조의 변화과정을 이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관련되는 사례를 찾고 그 개념과 원리들을 일반화할 수 있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성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는 악곡을 감상할 때나 노래부르기 또는 악기 연주를 할 때,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악곡의 조성 상태에 주목하게 하고, 조성 구조의 변화를 느낄 기회를 제공하며, 그와 더불어 악보상에 나타난 구조(변화와 두 조성의 관계 및 변화의 과정)를 탐구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또, 고등학생들은 지각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어 있으며, 성격이 다른 여러 음 현상들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악곡 속의 성부 조직을 명료하게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곡에 사용된 조직 기법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연결과 기능을 감지하고 이해할 수 있어서 악곡을 새로운 차원에서 수용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로 하여금 성부의 결합과 화음의 연결을 탐색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성부를 구성해 보는 가운데 그 생성의 원리를 이해하게 하며, 또 그러한 원리를 적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창출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고등학생들은 강한 자의식과 자기 나름의 뚜렷한 주관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러한 자의식과 주관이 음악 학습과 음악적 활동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고등학생의 자의식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 학습이나 활동이 과연 의미있는 일인가를 판단하는 의식을 불러 일으키며, 만족할 만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었을 때 음악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그러한 태도는 다시 다음의 음악적 성취에 강하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음악적인 배움은 학생들이 표현 예술로서의 음악의 본질을 만남으로써 이루어지며, 그러한 만남은 고등학생들에게 하나의 중대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들은 중학생 때의 음악 수업에서는 평범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똑같은 어떤 음악 행위가, 자신의 내적 변화 때문에, 이제 전혀 다른 의미로 자신에게 다가 오는 것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의 본질을 만나게 하지 못하는 그 어떤 음악 행위나 기교의 연습도, 이론과 음악사의 지도도 이제 그들에게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학습 의욕도 불러 일으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는 학생들 자신이 이루는 견실한 음악적 성취나 그와 반대되는 경우들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음악에 대한 태도의 결정에 강한 영향을 끼친다. 감정의 변화가 잦고 자신의 능력 수준에 대한 남의 반응에 민감하며 변성기와 그것을 전후하여 이상해진 듯한 자신의 목소리에 신경이 쓰이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음악적 성취의 경험이나 실수의 경험의 실제보다 더 과대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이 음악 학습이나 음악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나 부정적인 태도를 유발하도록 작용한다. 그래서, 교사는 그들의 능력 수준에 알맞은 학습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적절하고 다양한 학습 과정을 거치도록 안내해야 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은 이러한 신체적 및 심리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사는 오히려 이 시기에 그들의 사고력과 상상력, 어휘력, 지력, 기억력 등이 현저하게 발달되고, 관심 분야가 확대되며, 집중도가 점차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들의 폭넓은 음악적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쏟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가능성은, 만약 교사가 그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음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그들의 음악적 능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그들의 일시적인 부적응 행위나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에 과민한 나머지 그들의 음악적 가능성을 외면하거나 그들에게 긴요한 음악 체험을 체계있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성인이 된 후에는 보완할 수 없는 음악적 결핍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많은 고등학생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만족할 만큼 노래를 더 잘 부르고 싶고 어떤 악기 하나라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기를 원하고 음악을 더 많이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까닭이야어쨌든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악 교사는 그들에게 그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예술적 교감이 발생하는 생기있는 음악 수업을 통하여, 그리고 그들 자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폭넓은 음악 경험을 통하여 모든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생활 속에서 음악을 하며 살게 되도록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은 또한 음악적 안목을 높일 수 있도록 안내되어야 한다. 작곡가와 연주가들의 사회적 역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탐색과 토론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음악 용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되어야 한다. 음악 작품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탐색하고 파악하는 기회를 가져야 하고 다양한 문화와 시대, 지역, 종류의 음악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능력과 태도를 갖추도록 안내되어야 한다. 그리고, 작품과 연주력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음악의 질을 판단하고, 개인적 및 사회적 또는 예술적 및 효용적 의미와 가치에 따른 판단을 바탕으로 악곡과 활동의 종류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