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심미적 체험
음악과가 통찰의 교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체험하는 학습의 전 과정이 그에 합당하게 계획되고 전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음악학습에서는 악곡을 다루면서 그 구조화된 음향을 지각하고 그에 반응하며, 음향을 재현하고 새로운 음악을 창출하며, 악곡을 분석하고 작품과 연주의 질을 평가하며, 나아가서는 그러한 음악 작품과 활동의 가치를 내면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요컨대, 학생 개개인의 내면에 음악의 심미적 체험이 이루어지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이다.
심미적 경험은 특정한 예술 작품이 표현하고 있는 어떤 것들, 즉 인간의 감정과 삶의 양상을 투영하고 있는 심미적 특성들을 지각하고 그에 반응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이 미적 지각과 미적 반응을 통해 인간과 삶의 심미적 특성을 경험할 때, 그는 개념적 대상으로서의 그것을 경험하고 이해할 때와는 다른 형태의 과정을 통해 인간과 삶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에 공감하고 만족감과 희열을 느끼게 된다.
심미적 경험은 심미적인 대상과 체험자의 심미적 능력이 함께 갖추어질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어떤 대상이, 사람이 이해할 만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지각할 만한 미적 요소와 정관할 만한 질을 갖추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심미적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심미적 대상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그 특정 대상의 내용과 질을 지적, 논리적으로만 지각한다면, 즉 미적으로 지각하고 미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심미적 경험이라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대상으로부터 미적 지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미적 반응을 포함하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높은 수준의 지각이라 할지라도 심미적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심미적 경험은, 체험 대상이 미적 요소와 정관할 만한 질을 갖추고 있고, 체험자가 그것을 미적으로 지각하고 미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술 작품에 대한 이러한 심미적 체험은 지각(perceiving), 반응(reacting), 산출(producing), 개념화(conceptualizing), 분석(analyzing), 평가(evaluating), 가치화(valuing)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심미적 체험을 이루는 행동범주에서 지각과 반응은 중심적인 것으로 작용하며, 산출, 개념화, 분석, 평가, 가치화 등은 심미적 지각과 심미적 반응을 보완해 주고 풍부하게 한다.
음악을 심미적으로 지각한다는 것은 음악 작품이 담고 있는 갖가지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지적으로 파악함으로써 그것을 하나의 형상화된 미적 실체로 수용하는 것을 뜻하며, 체험자가 구조적 요소들과 표현 요소들을 식별하고 기억해 내고 관련짓고 비교하는 등의 내적 작용들을 통하여 대상의 예술적 정체, 즉 표현성을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진다. 그것은, 객관적인 현상들이 지각을 통해 주관적 실체로 전환되는 과정인 셈이다. 그리고, 심미적 지각은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그 반응은 심미적일 수도 있고 심미적이 아닐 수도 있다.
심미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지각한 바에 대하여 특정한 느낌을 가지며, 숙고하고, 상상하고, 신체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더 열중하고, 경험을 확대하는 등 미적 실체로부터 받은 영향을 미적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성격상 주관적인 것이다. 대상에서 지각되는 구성 요소들은 본질상 객관적이지만, 그것이 지각되는 순간부터는 질과 범주에서 주관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심미적 지각과 심미적 반응은 동시에 일어난다. 심미적 지각은 본래 반응적이며, 심미적 반응은 심미적 지각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높은 수준의 지각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아무런 심미적 반응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것은 심미적 지각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청음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은 음의 높이나 길이를 정확하게 지각하고 그것을 악보에 옮기지만, 대개의 경우 그 음들로부터 심미적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것은, 청음을 연습할 때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음을 듣는 순간에 음 조직 체계 속에서의 음 정체의 지각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 그 음들의 미적 표현성에 주목하지는 않으며, 그래서 그것을 미적으로 수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의 심미적 지각과 심미적 반응은 음악을 창출하고, 음악적 개념을 형성하고,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가치화함으로써 더욱 구체화되고 이해되고 내면화된다.
산출한다는 것은 미적이고 예술적인 소리 요소들을 특정한 의도에 따라 조작하고 결합하고 통제하고 균형을 맞춤으로써 예술적인 질을 구체화해내는 일이다. 그것은 노래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작곡하고, 지휘하는 등의 음악행위를 통하여 음악을 재현하거나 창작하는 일을 뜻한다. 그것은 음악 예술적인 질을 이루어가는 산출의 과정인 것이다.
개념화한다는 것은 악곡을 감상하고 연주하는 가운데 지각되는 음악 구성의 요소와 생성 원리 등을 주의 깊게 선정된 어휘들을 사용하여 비교하고 구별하고 분류하고 정의함으로써 음악적 개념을 형성하는 일이다. 그것은 음악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과정이며, 이해의 범위를 확대하는 일인 것이다.
분석한다는 것은 악곡이 지니고 있는 소리의 표현적인 질을 구조적으로 조명하는 일이다. 악곡을 이루고 있는 음악적 조건들을 탐색하고 특징짓고 비유하고 해석하는 가운데 음악 구성 요소들이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그것이 이루는 바가 무엇이며, 또 어떤 관계 속에 있는가를 밝히는 일인 것이다.
평가한다는 것은 음악 작품의 질이나 연주의 질을 판단하는 일이다. 작품이 지니고 있는 미적 예술적 질과 연주 표현 및 기교상의 질에 주목하여 비교하고 점수를 주고 서열을 짓고 인정하거나 거부하는 등의 판단을 내리는 일이다. 그것은 선택된 관점이나 준거에 따른 판정을 내리기 위하여 음악적 조건의 질을 정관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가치를 내면화한다는 것은 음악을 통하여 미적 예술적 조건을 향수하고 표현하는 일은 가치로운 것이라고 믿고,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음악과 관련된 가치 체계를 확립하며, 그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할 만큼 인격화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음악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음악을 심미적으로 체험함으로써 표현 형식의 지각을 통하여 예술의 즐거움을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음악교육에는 심미적인 작품이 교재로 사용되어야 한다. 심미적으로 지각하고 심미적으로 반응하게 할 만한 음악 작품이 교재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능한 한 풍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속에서 아름다움과 의미, 미묘함, 복잡함, 세련됨을 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음악 학습에서 교사가 가장 충실하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더 명백해진다. 음악 학습에서 교사가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학생들에게 음악 작품에서 느낄 음악적 조건들, 즉 소리를 표현적이게 해주는 소리의 질들을 조명하여 가능한 한 충분히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하며 또 그것에 반응하게 해주는 일이다.
교재 악곡을 선정할 때에는 학습자의 학년 수준이나 경험의 범위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며, 적절한 정도의 도전 의욕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음악 학습은 음악의 심미적 지각과 심미적 반응을 소리의 형태로 구체화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내면화하도록 도와줄 다양한 활동들로 조직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음악 학습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하는 가운데 음악적 요소들을 실제로 다룸으로써 소리를 표현적인 형태로 구체화하고, 지각하거나 다루는 음악적 요소들과 원리들에 관한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음악적 개념을 형성하고, 악곡을 분석함으로써 악곡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뚜렷이 밝히고, 평가를 통하여 음악 작품과 연주의 질을 판단하며, 나아가서 음악의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계획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음악 학습 활동들은 특히 음악 작품의 조명된 음악적 조건들에 초점을 맞추게 될 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그것은 교재곡을 익숙하게 노래 부르거나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익혀서 악곡을 재생하는 데에 그치는 수업이 아니라, 학습 활동을 통하여 어떤 음악적 요소들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아름다움과 의미를 투영하고 있는가를 탐색하고 발견하고 다룸으로써 의미있는 음악적 배움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